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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남산 둘레길 - 남산 오솔길따라 가벼운 트레킹

대한민국 수도 서울 중앙에 자리 잡은 남산은 높이 262m이고 31만 평의 크기로 서울에서는 43만 8,000평의 올림픽 공원과 35만 평의 서울 숲 보다 약간 작은 3번째 크기의 대규모 공원이다. 하지만 600년 역사의 수도 서울의 중심에 수려한 산세를 품은 천혜의 환경은 어느 공원과 비교하여도, 심지어 세계 여느 대도시의 공원들과 견주어도 위용이나 기품에서 손색이 없는 소중한 자랑거리임에 틀림이 없다. 지난 포스팅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한양도성 둘레길의 연속 포스팅은 다음에 이어지기로 하고 이번에는 지난 주말 남산 둘레길 산책의 기억을 되돌려 보고자 한다.
 

1. 남산공원
사실 남산은 늘 가까이에 있었지만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지척에 있기 때문에 그 가치도 잘 모르고 즐겨 찾는 장소 중에서도 항상 순위 밖에 있었던 것 같다. 내 인생 가장 소중한 시기 중의 하나인 직장 생활에서 본사가 서울역 바로 옆이었고 4년여의 해외 주재원 시절에도 마음속 고향과 같이 늘 그리웠던 거리 풍경 중의 하나가 한남대교 북단에서 남산 길을 따라 숭례문까지 이어지지는 소월길 드라이브 코스였다. 그럼에도 남산 팔각정까지는 아마도 30여 년 전에 아내와 올랐던 기억이 전부인 것 같다.

남산타워

어쨌든 나는 친구 두 명과 번개 일정을 잡던 중, 간단하게 남산 둘레길이나 돌고 장충동 족발집이나 가자는 약속을 하고 준비 중에 아내 역시 요즘 사람 맘카페, 우리식으로는 자모회 친구들과 남산 둘레길을 이미 약속하였다고 한다. 아내는 명동역 나는 국립극장으로 각자의 모임 장소로 가기 위하여 일단 차 한 대로 집을 나섰다. 아내는 명동역에서 만나서 케이블카를 타고 팔각정으로 간다고 하고 우리는 국립극장에서부터 한량하게 걷는 것으로 약속이 되었다. 오늘은 제발 우연히 서로 만나도 아는 척하기 없는 것으로...

남산 둘레길

2. 남산공원 둘레길
그동안은 막연하게 남산은 남산 도서관 계단 길이나 케이블카를 통해서 오르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국립극장 앞에 도착하니 다양한 연령대의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동안 나만 몰랐었구나! 몇 년 전부터 청계천, 광장시장에서 시작해서, 북촌, 서촌, 적선동 거기다가 작년부터 인왕산을 필두로 금년에 한양도성 둘레길까지 새로 알게 되면서 새삼 서울 사랑에 흠뻑 이었는데, 이번에 남산 둘레길과의 조우는 반가움보다는 그동안 나 자신의 무관심에 살짝 화가 나기까지 하였다. 
우리가 트레킹을 시작한 국립공원 옆길로는 왼쪽으로 남산 타워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는 순환 버스 노선 길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둘레길로 이어지는 차량통제 콘크리트 왕복 2차로 길이 있다. 탁 트인 도로에 적당한 나무 그늘 길이 이어지면서 서울 시내 한복판이라는 사실이 전혀 실감 나지 않고, 어쩌면 용문사 입구나 안양유원지 진입로에 있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된다. 더구나 7.5km 길이의 남산 둘레길을 따라 한 바퀴 돌게 되면 중간중간 15개 정도의 둘레길 진, 출입로가 있으니 각자의 교통수단에 따라 적절한 구간으로 들머리, 날머리를 잡으면 무리가 없다.

봉수대

3. 남산타워와 팔각정 
국립극장에서 북쪽 코스로 걷다 보면 어느새 남산돈가스 거리를 옆에 두고 걷다가 남산 도서관 계단길에 이른다. 남산 하면 역시 도서관 계단길은 올라야 제격이고 도서관 바로 앞에 600년 전의 한양도성 유적을 생생하게 바로 볼 수 있는 전시관이 있다. 그 길 끝에 남산타워로 오를 수 있는 복원된 성곽길이 이어진다. 유적 전시관에서 대략 800m 거리, 30분 남짓 천천히 오르면 남산봉수대와 팔각정을 옆에 끼고 남산타워가 한 뼘 거리. 지난 주말에는 한창의 봄 날씨도 좋아서인지 아주 오랜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더구나 외국 관광객들도 제법 많은 편이었다. 하기는, 홍콩의 빅토리아 피크를 생각해 보면 남산의 규모나 자태가 한 수 높아서 외국 관광객들에게는 서울 관광의 필수 코스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서울 구도심 조망과 함께 서울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인왕산,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등의 수렴함은 어느 다른 도시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안산, 인왕산, 백악, 그 뒤로 북한산 오른쪽에 도봉산...

지난번에는 인왕산과 백악(북악산)에서 남산을 보았었는데, 이제는 정반대의 건너편 남산에서 바라보는 인왕산 성곽과 북악산의 모습이 더더욱 반갑고 가슴 뿌듯해진다. 
 
4. 남산 오솔길
팔각정에서 국립극장 방향으로 하산 코스를 잡는데, 한켠에 예닐곱 아줌마들의 모습이 낯설지가 않다. 역시나 아내와 친구들... 모른 척 옆 길로 빠지면서 전화만 남긴다. 팔각정 안쪽에 벤치로 가서 자리 잡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아내는 화들짝 하며 어디냐고 연거푸 묻지만 이래저래 피해 주는 것이 상책! 
 
그날 산책의 백미는 하산길에 맞이한 남산 오솔길. 서울 한 복판에 또 이런 길이 있다!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 년 전 어린 시절로 되돌아갔다. 흙바닥이며 길가의 부서진 돌가루들이 유년 시절 그때 그 길을 자꾸자꾸 떠 오르게 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그 시절의 우리 집 담벼락이 그대로 나올 것만 같다. 

남산 오솔길

나이를 먹기 때문인지 요즈음 유달리 서울의 여기저기, 구석구석에서 서울의 재발견과 함께 무한한 추억으로의 소환, 그리고 가끔 소소한 기쁨을 선물 받게 된다. 사실 그동안 일복이 많아서였지만, 전 세계 제법 많은 명소들과 유적지들도 직접 방문을 하고 나름 많은 추억들을 만들어 왔었다. 반면에 그동안 소원하였던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장소들과 유적지들을 최근에 다시 대하게 되면서 깜짝하고 놀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제껏 누가 고향을 물으면 으레 껏 아버지 고향을 이야기하였다. 막연하게 서울 사람은 고향이 없는 것으로 생각이 굳어지고 명절이나 휴가철에 고향을 찾는 이들을 마냥 부러워하기까지 하였었다.
 
이번에 불현듯 나에게도 고향이 생겼다. 그래 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자라고 학창 생활을 하였으니 여기가 바로 나의 고향이야. 나의 서울, 나의 고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