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은 3일 연휴가 3번이나 걸쳐있는 푸근한 계절이다. 5월의 마지막 연휴, 조금 여유 있게 섬진강 자락 여행을 떠나본다. 10여 년 전에 섬진강변을 스치듯 지난 적이 있었다. 주변의 산세가 둥글둥글 정겹기만 하고 넓지도 좁지도 않은 섬진강 물줄기도 굽이 굽이 원만한 것이 왜 이 지역 사람들 중에 유순한 사람들이 많은지를 새삼 느꼈었던 기억이 있다. 언제가 한 번 섬진강 따라 남도 여행을 버킷리스트에 담았었는데, 이번 3일 연휴가 절호의 찬스가 되었다.
1. 이번에는 레트로다!
이번 남도 여행의 테마는 레트로 추억 쌓기로 정했다. 첫째 날은 곡성의 섬진강 기차 마을에서 관광지로 복원된 구 곡성역사와 리모델링된 증기기관차를 타고 추억 여행을 떠나 보기로 하였다. 다음 포스팅에 이어질 둘째 날은 순천 국제 정원과 드라마 촬영장 코스에서 70년대 감성에 흠뻑 취해 보는 것으로...
2. 곡성으로 출발~~
동서네와 우리네 4명이 차량 한 대로 서울에서 새벽 5시가 안 되어 여유 있게 출발하였다. 그런데 동탄 근처에 이르면서 살짝 불길하다. 오전 6시 정도인데 벌써 차가 밀리다 못해 쌓이기 시작한다. 명절에나 밀리는 구간인 천안 논산 구간 역시 예사롭지 않았다. 곡성에서 오전 11시 증기기관차 탑승 예약을 간신히 마쳤고 하루 5편의 기관차 운행 모두가 이미 만석으로 예약이 끝났기 때문에 다음 열차편도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내비게이션 도착 예정 시간은 하염없이 늘어나면서, 결국에는 오전 10시 40분 도착 예정으로 나온다. 때마침 곡성 장미 축제 기간이라 근처에 도착하여 주차하고 현장 구매만 가능한 기차마을 입장 발권까지 생각하면 곡성 여행 메인이벤트인 증기기관차 탑승은 불가능 자체. 차라리 곡성은 포기하고 순천에서 이틀을 보낼까 의견이 분분하였다.
3. 귀인을 만나다.
그래 그러면 일단 기차마을 안내소로 전화를 하자. 수차례 울리던 대답 없는 벨을 끊을까 하는 찰나 친절한 남자 목소리가 답을 한다. 허둥대며 상황 설명을 하고 주차장 도착 후 입장 절차 및 기관차 탑승 소요 시간을 문의하였다. 여차하면 헛수고하지 말고 곡성 여행은 패스하리라는 생각에...
전화를 받은 사람이 의외로 친절하게 10시 40분까지 근처에 도착하면 본인이 곡성역 앞으로 직접 마중을 나가서 안내를 한다면 11시 기관차 탑승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더구나 이미 증기기관차 취소 후 환급 금액도 50%로 동일하니 본인이 직접 10시 40분에 전화를 주고 도착 상황을 보고 최종 결정을 하면 되니 일단 곡성역으로 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전한다. 나중에 우리끼리는 곡성역 소장님으로 호칭을 정했지만, 분명히 곡성을 너무 사랑하는 사람이거나 진심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임에 틀림이 없다!
4. 곡성 기차마을 - 추억의 증기기관차
다행히 예정 시간인 10시 40분경에 입구에 도착하니 몇 년 만에 보게 되는 인산인해! 소장님 도움으로 입장권을 간신히 구매하고 감사 인사도 못하고 헐레벌떡 증기기관차 탑승완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곡성 장미 축제, 순천 국제정원박람회와 별개로 함안 낙화축제에만 5만 명 이상이 몰리면서 경부 고속도로와 주변 도로는 모두 주차장 상황이었던 것이었다.
기차마을 안으로 입장을 하면, 세계 장미 축제가 한창이고 바로 옆에서는 3량의 증기기관차 탑승장이 있다. 한국에서 증기기관차가 1967년에 완전 퇴역을 하였으니, 나와 아내가 증기기관차를 타본 적은 없을 테지만 영화나 드라마에서 익숙하다 보니 마냥 정겹기만 하다. 드디어 기관차를 타고 대략 25분 편도 거리의 가정역까지 섬진강변을 따라 아련한 추억 여행을 떠나면 된다. 삶은 달걀과 사이다는 필수! 아내가 라면땅과 쫀디기까지 용감하게 먼저 계산을 하니 머뭇거리던 다른 사람들이 주섬주섬 라면땅과 쫀득이를 하나 둘 집어 들고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다.
5. 곡성 장미 공원.
소장님의 팁으로, 가정역에서는 간단하게 강변 산책 정도가 좋고 기관차 탑승으로의 복귀까지는 시간 공백이 크니 가정역에서 깨비 버스 편으로 다시 곡성역 기차마을로 돌아와서 장미축제를 즐기라며 친절하게 깨비버스 시간표까지 문자로 보내준다. 우리 일행의 여행을 진심 풍족하게 만들어준 귀인이었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안에는 75,000m2 넓은 장미공원이 있고 1,004종의 장미를 다양한 테마공원으로 꾸며 놓았다. 평생 볼 수 있는 온갖 장미 구경 실껏하였다. 공원 부지가 제법 크기 때문에 일단 미니 기차나 레일 바이크로 기차마을 전체를 한 바퀴 돌고 나서 가벼운 산책과 휴식을 하면서 3 ~ 4시간 정도 기차마을과 장미공원 전체 구경을 하면 적당할 것 같다.
자칫 지나칠 뻔한 곡성 여행이 한통의 전화로 반전이 되고, 사뭇 기대하였던 증기기관차 추억 못지않게 장미축제 체험이 이번 남도 여행의 시작을 풍부하게 하였다. 기차마을 재입장 한 번은 가능해서 기차마을 주변의 맛집에서의 식사도 가능하다. 우리가 들린 식당도 그렇고 대부분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제법 만족스러워 분명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중에 하나가 될 것 같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원 화성, 화성 행궁 (2) | 2023.06.16 |
---|---|
남도 여행 - 순천 국제정원박람회, 순천 드라마 촬영장 (0) | 2023.06.08 |
남산 둘레길 - 남산 오솔길따라 가벼운 트레킹 (12) | 2023.05.16 |
소백산 트레킹 - 천동계곡 코스 번개 산행 (4) | 2023.05.10 |
폭풍의 언덕 선자령 - 평창의 발견 (10) | 2023.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