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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Guatemala II. 마야 문명의 중심 티칼 - Tikal

인생 여행 중에 손에 꼽히는 여행지의 하나가, Maya 문명의 중심에 우뚝 서 있는 Tikal이다. Gutemala의 동북부에 위치하고 수도인 Guatemala City에서 350km의 거리이며, 비행기로는 1시간 이면 충분하지만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그 당시에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시절이므로 대략 10시간 이상 운전을 하여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하지만,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기원전 2000년 경부터 기원후 250년까지 독창적인 자체 문자와 복잡한 달력 체계를 개발하고, 천문 관측까지 가능하였던 Maya 문명을 발원시킨 Tikal 여행은, 현지에 거주 중인 교민들 사이에서도 중앙아메리카 생활 중에는 꼭 가봐야 하는 최고의 여행지 중의 하나이었다.

 

신전의 높이가 70M 정도로 가파르고 웅장하다

사실 Maya 문명은 Mexico, Guatemala, Belize, Honduras, El Salvador에 걸쳐 퍼진 문명이고, Honduras 유적지는 현지에 근무 중일 때 방문을 하였었지만, 상상에 비하여 규모도 크지 않고 보존 상태도 열악하여 실망스러웠던 기억이었는데, Tikal의 경우는 마야 유적지의 규모도 비교적 크고 보전 상태 역시 월등하였다. 거기다가 역사적인 가치가 너무나도 풍부한 유적지임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항상 연휴가 있으면 미리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 준비를 하였었는데, 그 당시에는 업무도 바쁘고 과연 연휴 기간 내내 휴가를 온전하게 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갑자기 3일 연휴의 첫날 아침이 되었다. 3일 내리 아이들과 집에서 보내기에는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다음 해에는 본사 복귀를 위해서 귀국이 예상되는 시기이었으므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황금연휴를 집에서 허비하는 것이 아깝기도 하여서 즉흥적이나마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그래 어디로든 떠나보자! 

3일 연휴는 흔치 않은 기회이니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 Tikal 은 어떨까?

먼저 호텔에 전화를 하니 무슨 행운인지 그 지역에 유일하게 5성급 호텔임에도 방이 남아 있었다. 이제 조마조마 항공사에 전화를 하니 Tikal 인근의 Flores 공항까지는 이미 만석으로 예약이 끝난 상황이었다. 어찌할까 고민도 잠시, 아내는 이미 차량 트렁크에 큰 생수통, 썬버너, 간단한 조리 기구와 옷가지들을 옮겨 싣고 있었다. 내심 Tikal은 자동차로라도 가고 싶었던 게다. 당시에는 도로 사정도 안 좋고 운전기사도 휴가이므로 내가 직접 운전하여야 하는 데다가 수도 외곽은 치안도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밝은 대낮에만 운전해야만 한다는 생각으로 부랴부랴 운전대를 잡았다.

Vamos a Tikal! 티칼로 출발!

Guatemala City에서 Tikal은 10시간 이상 운전을 각오하여야 하지만, 이미 몇 번 여행을 갔었던 Rio Dulce까지가 대략 5 ~ 6시간 걸리고 거기서 다시 4 ~ 5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당연히 휴게소가 거의 없으니 중간중간 간이 시골 가게에서 음료수나 소소한 생필품을 사고 한쪽에서 간단한 요리를 해 먹으면서 이동하기로 하였다.

 

드디어 10시간이 넘는 운전 끝의  늦은 오후에 Tikal 근처의 호텔에 무사하게 도착을 하였다. 장시간의 운전과 여행으로 모두가 피곤하여 그날은 호텔 안에서 저녁을 먹고 다음날을 기약하였다.

 

아이들도 많이 어릴때 였는데...

다음날 아침 마주한 Tikal은 감탄의 연속이었다. 서기 6세기에서 8세기까지 번성하였던 Tikal의 마야 문명은 최대 60,000만 명 정도의 주민들을 거느린 거대 도시 국가를 건설하였고, 다양한 피라미드 형태의 신전들과 많은 불가사의한 석각 구조물, 도자기류와 마야 고유 문양의 직물 등으로,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 중에 하나로 평가받을 만큼 소중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이면서 중미 국가들 안에서도 손에 꼽히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Tikal 관광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깊은 역사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였다는 뿌듯함과 오랫동안 벼르던 과제를 마친 홀가분함으로 한층 흥 마저 고조되었다. 

 

왕복 2차로의 큰 가로수길 터널은 양 옆으로 제법 길고 곧게 뻗어 있었고, 오른쪽으로는 울창한 밀림이 반대편으로는 광활한 대평원이 그림같이 펼쳐진, 눈이 시리도록 푸르른 하늘과 찬란하게 내리쬐는 햇살의 오후, 카세트테이프의 노랫소리가 쿵꽝 쿵꽝 거리고 뒷 좌석에서 아이들 둘이서 연신 껑충껑충 춤을 춰댄다.

내 일생의 가장 소중한 순간을 선물 받았다.

 

마야 신전

2박 3일의 여정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름 모르는 시골의 조그만 가게에서 아이들 음료수와 달걀도 사면서 양해를 구하고 가게 한쪽에 자리를 잡고 썬버너에 라면 냄비를 올렸다. 얼마 후 주인 할머니가 계속해서 우리 주위를 맴돌았고 아마도 라면 냄새가 참기 힘든 유혹이려니 해서 조금을 덜어서 드렸다. 하지만 라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Permiso Senor!  "실례지만 그 작은 버너는 어디서 살 수 있을까요?", 이에 나는 "과테말라 시내에 있는 한국인 마트에 가면 300 케짤 (한화 4만 원 정도)이면 살 수 있어요"라고 답을 하였고 그때 환하게 미소가 퍼지는 할머니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다. 할머니에게는 그 조그만 이동식 썬 버너가 그 시절엔, 너무나도 신기하게 보였었나 보다.....

 

Maya 문명의 웅장함과 경이로움이 썬버너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와 교차하며 마냥 행복하였던 그 시절을 더욱 그리워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