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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경주 여행 - 두 번째 수학여행

MZ 세대들이 선호하는 국내 여행지는 어디가 있을까?  제주도, 부산, 여수 등 등 외에도 경주가 제법 상위에 올라 있는 편이다. 반대로 아빠, 엄마 세대들은 수학여행으로 이미 다녀왔던 경험들이 있어서인지 일단 제쳐놓고 보는 경향이 있다. 딸내미가 친구들과 벌써 몇 번째 경주 여행을 다녀오면서 입소문(?)이 나서 아내가 우리도 경주로 두 번째 수학여행을 가잔다. 그래 그러면 어머니도 함께 셋이서 가볼까~~~
 

1. 다시 찾은 수학 여행지
사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은 불국사, 첨성대, 석굴암 그리고 이름도 가물가물한 해수욕장에 갔었던 기억이 거의 전부이다. 그리고 왜 경주가 무조건 1순위 수학여행 후보인지 여태껏 알지도 못하고 수십 년을 지나친 것 같았다. 처음에 딸내미가 첫 번째 경주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경주 경주하길래 사실 그때에는 예사로 들었다. 또 얼마 뒤에 경주를 다시 놀러 간다고 하길래 뭐가 그리 좋을까 의문이 살짝... 한 마디로 우리나라 다른 여행지와 다르게 그냥 한가하게 비움의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유럽으로 호주로 그리고 가끔씩 일본 여행, 더구나 해외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도 있고 예술 경영까지 전공하였으니 심미적인 스탠더드가 높다는 것은 알고 있는데 굳이 경주를 항상 손꼽아 이야기하는 것은 선뜻 이해가 쉽지 않았다.  

다시 찾은 첨성대

2. 첨성대
7세기 중엽 선덕여왕 시절에 높이 9.17m, 밑지름 4.93m, 윗지름 2.85m의 크기로 362개의 화강암 벽돌로 지어졌다.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이고 주로 별을 관측하면서 일식과 월식과 같은 천체 현상을 예측하기 위하여 지어진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못지않게 외국인 관광객들이 오히려 더 큰 경이로움을 느끼는 것 같다.     
 
3. 불국사, 석굴암
불국사는 528년 법흥왕이 창건하여 200여 년간 증축이 된 세계문화유산 중의 하나이다. 수학여행 사진 필수 코스인 대웅전과 다보탑, 석가탑을 다시 대하는 반가움이 솔솔 하였다. 석굴암은 일제침략 기간의 잘못된 보수 공사로 인하여 심하게 손상되어 원형 복구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해방 이후 방치되다가 1961년부터 2차 보수 공사가 부분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또다시 제한된 공간에서 관람객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등으로 훼손의 속도가 빨라지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아쉽지만 우리의 다음 일정도 고려하여 이번에는 직접 방문은 생략하였다. 근본적인 복원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지만 더 이상의 훼손을 막는 철저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릉원의 고즈넉함에 쉼의 미학을 절로 체험한다

4. 대릉원 (천마총)
개인적으로는 천마총에서의 감회가 더 컸던 것 같다. 5세기경 신라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왕족이나 귀족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천마총에서는 금관, 의복을 포함하여 다양한 장신구, 그릇류, 무기류 등등 1만 1,500여 점 이상의 유물이 출토되어 신라 왕조의 문화, 예술 및 매장 문화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귀중한 세계문화유산이다. 특히, 천마도장니는 마구의 일종이나 하늘을 나는 천마를 세련되게 묘사한 고 신라시대의 유일한 미술품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크다. 더구나 고분들 주변의 고즈넉한 풍경은 1,500년 이상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신비가 있다.

동궁의 야경~~

5. 동궁과 월지 (안압지)
안압지라고 하면 옛날 사람, 아무튼 동궁과 월지는 무조건 야경! 무엇보다도 월지에 비치는 동궁 처마의 그림이 너무나 아름답고 저녁에 은은한 조명 빛에 드러나는 동궁의 반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코르와트 사원의 반영을 떠올리게도 한다. 입구에서 천천히 인파의 흐름을 따라 거닐다 보면 사진 찍기에도 적당한 시간과 여유로운 산책이 보장이 되고 줄곧 감탄을 자아내는 포토 존을 지나다 보면 어느새 출구로 이어지게 된다. 

미술관 관람이 여행을 풍족하게 한다

6. 솔거 미술관  
둘째 날은 오전에 솔거 미술관을 둘러보고, 오후에 경주 외곽의 양동 마을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동선으로 잡았다. 경주 엑스포와 붙어 있어 경주타워와 함께 대공원을 둘러보며 여유를 부리고 맨 위쪽에 위치한 솔거 미술관까지 산책하다 보면 그 자체가 힐링이다.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여행이 부산하게 돌아다니며 사진만 남기기 바빴다면 이번에는 그저 한가함의 만끽이다. 관람코스 중간중간 중정도 있어 미술 감상에서의 가벼운 긴장도 잠시 진정을 시킬 수 있어 좋다. 

동네 구석구석이 정겹고 이쁘다

7. 양동마을
살아 있는 민속촌. 문만 열고 들어가면 이판 대감이 나올 것 같고, 김 진사댁이 언덕 넘어 있는 것 같다. 민속촌은 역사의 기록관일 뿐이고 한옥 마을은 현재의 모습에 옛날을 투영시킨 듯 하지만, 양동 마을은 그냥 100년 전 200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그 순간이다. 마을의 여기저기를 거닐면서 그냥 몸으로 전생의 고향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져드는 묘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딸내미가 조만간 또다시 4번째 경주 여행을 간다고 한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동네에서 문뜩 대하게 되는 신선함이 선물처럼 계속된다고 한다. 보문단지보다는 황리단길 주변 한옥 스테이에 머물면서, 주변의 첨성대, 대릉원, 동궁과 월지 등 이쁘기만 한 동네를 걷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그러다 보면 마음의 평온이 있다고 한다. 지난번 여행에서 우리도 느꼈었던 부분인데 꼭 집어 표현이 안되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경주는 가보면 갈수록 더 마음이 끌리는 힘이 있는 것 같다. 혹시나 다음에는 어머니, 아내, 딸내미와 함께 넷이서 다시 찾는 세 번째 수학여행을 만들어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