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쯤은 누구나 북적북적한 도시의 산만함에서 벗어나 오롯이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 잠시 쉼을 가졌으면 하는 때가 있다. 핸드폰도 잠시 꺼둘 수 있다면 최고이고.
알고 보면 우리나라에도 서울 근교에 제법 오프로드 기분을 느끼면서 다다를 수 있는, 한적한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곳들이 여러 군데 있다. 오프로더 입문 코스인 경반분교를 포함해서 여주 섬강, 충주의 비내섬, 한국의 세렝게티라고 불리는 수섬 등 등 살며시 가서 조용히 즐기고 머문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만 잘할 수 있다면 제법 보석 같은 곳들이다. 경반분교에서 시작한 스몰 캠핑이 발전하게 되는 이야기는 나중에 이어지기로 하고.
1. RV 오프로드 입문 - 지프 랭글러
우연한 기회에 주말 근교 트레킹을 즐기기 시작하면서, 일반 승용차 2대를 사용하는 것에 의문이 생겼다. 때마침 11년째 잘 타고 있던 아내의 차가 잔고장이 빈번해지기 시작하였다. 이왕 10년 타기 목표도 무사히 통과하였겠다 겸사겸사 아웃도어 활동도 늘어나던 때이니 이참에 아내의 차를 RV로 바꾸는 것까지는 흔쾌하게 합의가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오래전 해외 근무 시에 마주하였던 빨간색 Jeep의 강렬한 기억이 떠오르며, 홀린 듯 마음을 굳히고 아내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대신 숏 바디를 살 테니 그랜저보다는 주차도 쉽고 차고가 높아서 운전하기도 편할 것이다^^
2. 퍼스트 카를 제쳐버린 세컨드 카 - Jeep Wrangler
아내가 몇 번 타보더니, 승차감은 각오를 했지만 그래도 일반 세단이랑 차이가 많고, 핸들도 뻑뻑하고 그냥 차가 이상하단다. 그래? 그러면 내가 며칠만 타보고 길들이고 나서 다시 바꾸자. 덕분에 아내는 그랜저에서 벤츠로 업그레이드가 되고, 나는 출근해서 경비 아저씨나 주변 사람들에게 한 달만 길들이기 중이라고 설명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 녀석 은근 매력이 있다. 일단 숏바디에 가솔린 3600cc, 거기다가 285마력이니 승차감만 포기를 하면 힘과 달리기에서도 불편함이 없다. 더구나 아내는 이미 E-Class의 안락함에 적응이 되어서 굳이 마차 타는 승차감으로 돌아갈 수 없는 강을 이미 건너고 말았다.
3. 흙길 따라 삼만리~~~
차만 타면 흙바닥만 찾는 희한한 병이 생겼다. 굳이 포장도로는 마다하고 몇 평의 흙바닥이라도 보이면 들어가서 흙먼지를 날리는 습관이 생겼다. 이왕이면 제대로 한 번 밟아 보자! 제부도나 수섬은 얌전한 코스이고, 경반분교는 4 X 4가 아니면 아무리 RV라 하여도 밑바닥 쓸리는 것은 감수하여야 하고 더구나 건기가 아니면 5번의 도강을 피할 수 없는데, 할 수 없이 중간에 포기하는 팀들도 많지만 랭글러는 그다지 어려움 없이 가뿐하다. 여주 섬강은 광활한 만주 벌판이다. 이렇게 넓은 흙바닥을 원 없이 달리다 보면 어릴적의 동네 놀이 시절로 돌아가는 착각마저 어김없다.
4. 자연과 함께 커피 한잔
우리 어디 조용한 산속에 가서 커피 한 잔 하고 오자!
의자는?
테이블도.....
그날 바로 캠핑 의자 두 개랑 롤 테이블까지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몇 번 나가보니 땡볕이 장난이 아니라 타프도 하나 주문을 했다. 가끔 가다가 바비큐에 라면도 먹고 반주도 한 잔 하니 잠시 누웠다 갈 일도 있어서, 이왕이면 MSR 텐트로... 에어 매트와 침낭은 당연한 부속품이고. 이렇게 오프로드와 캠핑이 한순간 나에게 다가왔다.
5. 힐링이 된다
아직까지는 힐링이다. 오프로드 몇 군데를 다니다 보니 일단 한가함이 좋다. 접근성이 좋지 않은 곳들은 덜 복잡하고 때로는 프라이빗 공간 확보가 가능하니 조촐하게 고기도 구우면서 반 주 한 잔까지 곁들이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힐링을 할 수 있다.
6. 머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말자.
대부분의 한적한 곳이 따로 관리하는 사람들이 없는 곳이고 당연히 잠시 머문 이들이 스스로 정리를 하여야 하는데, 가끔 온갖 쓰레기 더미에, 개념 없는 모닥불로 바닥까지 시꺼멓게 태워놓은 불빵 흔적이나 다음 사람들은 절대 머물 수가 없을 정도로 훼손된 자연을 대하는 아픈 기억들도 남아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 이슈화와 자성의 분위기가 교차하면서 어지럽히는 사람들보다 자연을 아끼고 청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가 보인다. 항상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고 우리의 아이들과 또 그 아이의 아이들이 오랫동안 사용하여야 하는 모두의 공간이므로 항상 머문 자리는 이전보다 깨끗하게 보존하는 약속들이 늘어났으면 한다.
차를 한 대 바꾸면서 라이프 스타일까지 변화가 생겼다. 얼떨결에 시작한 스몰 캠핑이 자세 나오는 오토캠핑으로 발전하고 중간중간 백패킹까지 이어지다 보니 살림살이는 나날이 늘어나고 창고는 포화 상태. 주말마다 캠핑 장비 내리고 올리는 고단함도 만만치 않지만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보자. 통장 잔고는 줄고 있지만 캠핑 라이프라는 신세계의 재미도 솔솔 해서 두 다리 멀쩡할 때까지는 부지런히 다녀 보자.
아마도 캠핑 이야기까지 가다 보면 많은 이야기가 남아 있어 다음 포스팅으로 이어져야 할 것 같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서울 - 서울 한양도성 둘레길 (12) | 2023.04.04 |
---|---|
나의 캠핑 입문 스토리 (24) | 2023.04.02 |
레스토랑 테이블 매너 - 파인 다이닝 에티켓 (36) | 2023.03.28 |
최고의 미국 출장 샌프란시스코 - San Fransico (32) | 2023.03.25 |
한라산 백록담 눈꽃 트레킹 (30) | 2023.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