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포스팅에서 잠시 설명이 되었지만, 트레킹과 오프로드 기회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캠핑까지 접근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경반분교와 남양주 잣나무 숲에서 당일치기 피크닉으로 시작을 해서 타프가 텐트를 낳고 텐트가 매트와 침낭을 부르더니 어느새 차량 빼곡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다.
1. 남양주 팔현 캠핑장
서울 근교의 잣나무 숲으로 백패킹 기분을 즐길 수 있는 오토캠핑 겸용 캠핑장이었다. 몇 년 전 우리가 처음 당일 피크닉을 갔을 때에는 잣나무 숲에서 캠핑도 가능하였다. 선착순 입장이라 아침 일찍 도착해서 승용차로 올라가기 쉽지 않은 제일 높은 지역까지 올라가서 타프와 해먹을 치고 삼겹살도 구워 먹고 캔맥주도 한 잔, 책도 보면서 유유자적하다가 내려왔었는데. 지금은 잣나무 숲 보호를 위해서 숲 속은 산책만 가능하고 캠핑은 숲 아래의 캠핑 구역에서만 가능하다. 나중에 몇 번 더 가면서 MSR 엘릭서까지 갖추고 본격 캠핑 모드가 시작되었다.
2. 경반분교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몇 번 나오면서 한순간 명소가 되었다. 더구나 20분 정도의 오프로드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는데 울퉁불퉁 돌길도 문제지만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도 5번이나 마주치는 개천을 건너야 하는 세미 오프로드 코스가 있다. 덕분에 오프로드를 처음 경험하는 입문자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승용차는 절대 진입이 불가하고 적어도 4륜 RV는 되어야만 그나마 우기를 피해서 접근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라가기만 하면 제법 울창한 깊은 산속에 물살이 거센 계곡물이 흐르는 바로 옆에 1982년 폐교된 경반분교가 있다. 운동장 부지에 대충 자리 잡고 자그마한 백패킹 텐트에 소박한 타프 하나 세팅하면 주변과도 조화롭다. 이제부터는 한가하게 멍 때리다가 한 밤에 쏟아지는 가평 별빛 소나기를 온몸으로 만끽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3. 충주 목계솔밭
2023년 3월 드디어 2년 동안의 보수를 마치고 정식 캠핑장으로 다시 오픈을 하였다. 그 이전에는 사전 예약도 필요 없이 무조건 선착순, 축구장 수십 개는 들어가고도 남는 드넓은 부지에 주말마다 카라반, 캠핑카, 트레일러, 차박, 오토캠핑, 백패킹, 바이크 캠핑 등 등 수 백개의 사이트가 차려졌다. 연휴에는 이른 아침 도착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돔텐트에 타프 하나로 백패킹 모드 세팅이었는데, 목계솔밭 대부분이 그늘이 없다 보니 전실이 있는, 비가 와도 텐트 안에서 허리 펴고 앉을 수 있는 큰 집이 필요했다. 이왕 테이블에 의자, 버너, 코펠 등등 오토캠핑용 장비까지 하나 둘 완비가 되었으니 텐트만 추가하면 달리 아쉬울 것도 없어 보였다. 혹시나 차박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왕이면 콜맨 투룸으로 장만을 하고 본격적으로 오토캠핑 시작! 그런데 집이 커지니 살림살이도 이중으로 하나 둘 늘어나고, 어느새 주말이면 허리가 끊어진다. 아파트 작은 창고로 캠핑짐을 오르락내리락, 아무리 카트로 날라도 주말 힐링이 일요일 극한 노동으로 회의마저 늘어 간다.
4. 카라반, 트레일러?
일단 짐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정답은 카라반. 캠핑 장비 모두 때려 담고 필요할 때 끌고 가자. 눈,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그저 떠나기만 하면 그곳이 나의 집이고 휴식처가 된다. 그때부터 주말마다 카라반 업체 순례가 시작됐다. 모델과 크기에 따라 기능과 활용도가 다양하지만 주로 우리 부부가 다니고 1년에 한두 번 아이들을 꼬셔서 같이 간다면 400급 정도가 침실과 주방, 화장실까지 적당하다.
그런데, 주차는 어디에? 동절기에 각종 배관의 부동액 처리는 누가 하나? 막상 계약을 하려니 주차 문제가 답이 없다. 당연히 아파트 주차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외부 월 주차를 한다면 주말마다 외부 주차장으로 쿨러에 옷가방에 먹거리를 챙겨서 왔다리갔다리. 늦잠 자다가 우리 어디 가볼까 하고 아무 때나 나서는 그림이 전혀 안 나온다. 몇 달을 고민 고민하다가 오프로드 트레일러로 결정. 아파트 주차장에 쏙 들어가니 주차도 문제 없고, 하늘의 별따기 캠핑장 예약 고민도 없다. 한적한 오지로 진짜 아무 때나 쿨러와 간단한 옷가방만 챙기고 지하 주차장으로 쪼르륵, 초성수기에도 섬강변의 자갈밭 오지에는 누구도 접근이 안되니 한가하다. 트레일러 배터리로 1박 2일 웬만한 전기 장비나 난방 가동도 가능하고, 포타포티에 샤워텐트까지 설치하면 어디서든 화장실 걱정도 없다. 뒤처리는 남자의 몫이지만..... 한 겨울 극한 추위에도 1층에 파세코 석유난로와 2층 루프탑 텐트에 전기장판이면 찜질방은 저리 가라. 동계 캠핑이 참맛이지!
당일 피크닉과 백패킹으로 시작해서 오토캠핑과 몇 번의 차박까지 그리고 최근에는 대부분 트레일러 캠핑으로 계절과 장소에 따라 다양하게 캠핑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그나마 자라섬이나 이포보는 예약 자체가 하늘의 별따기이고, 사설 캠핑장은 대부분 사이트 간격이 좁으니 프라이버시에서 문제도 있고, 오지 캠핑이 나름의 해법인데 일부 몰지각한 캠퍼들의 만행으로 점 점 설 자리가 줄어들었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 우리는 사이트에 도착하면 먼저 쓰레기 집게로 주변을 먼저 정리하고 사이트 세팅을 시작한다. 최소한의 장비로 실용적인 세팅만 하고 항상 트레일러에는 집에서 가져가는 거주지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봉투가 넉넉히 준비되고 집에 돌아와서 분리수거와 쓰레기 처리를 한다. 언제나처럼 우리는 잠시 머물다 가는 사람들이고 우리보다 우리의 아이들이 더 오래오래 사용하여야 하는 지구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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