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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덕적도 1박 2일 - 밧지름해변과 섬 트레킹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서의 섬 트레킹과 고운 모래 해변에서의 백패킹을 덤으로 즐길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해외 배낭 여행은 비용이나 일정이 빠듯하고 국내에 그런 곳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1시간 남짓 거리에 있는 덕적도에서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다.

 
1. 푸른 바다의 섬 덕적도
큰물 섬이라는 우리말에서 유래된 덕적도는 인천 앞바다에서 75km 남서쪽 해상에 위치한 면적 20.87 km2 크기에 해안선 둘레 길이가 37.6km인 그다지 작지 않은 섬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백패킹의 성지 중에 하나인 굴업도를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중간 정류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덕적도 자체 만으로도 훌륭한 섬트레킹과 백패킹의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인천연안여객터미널에서 하루 3 ~ 4편, 아니면 대부도에서 하루 1편의 배편을 예약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일찍 서둘러야만 한다. 이전글에서 소개한 장봉도는 매시간 단위의 많은 배편과 20분 남짓한 거리로 당일치기 섬 트레킹에 무리가 없지만, 덕적도는 1시간 10분 이상의 항해 시간과 오후 두 편 정도인 배 시간을 고려하면 1박 2일의 여유 있는 일정으로 계획하는 것이 적당하다. 

밧지름 해변의 고운 모래

2. 밧지름 해변
서해안은 물이 맑지 않다? 가끔 착각을 하지만 굴업도, 덕적도나 바로 옆의 소야도 등등 모두가 육지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섬들이고 깊은 바다 위에 있기 때문에 사실 이런 섬들은 모두 푸른 바다와 고운 모래 해변을 품고 있다.
덕적도에는 서포리 해수욕장과 밧지름 해수욕장이 있고 바로 옆에 다리로 연결된 소야도의 떼뿌리해변에서의 백패킹도 유명하다. 서포리해변은 넓은 해변과 탁 트인 노지에서의 캠핑이 특징이라면 밧지름해변은 그리 넓지 않지만 해송으로 그늘도 풍부하고 작고 아담한 해변의 정경이 자칫 원시의 해변 느낌을 연상케 한다.
우리는 덕적도 항 주변 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옆에 있는 하나로 마트에서 저녁거리를 구입하자마자 바로 버스를 타고 밧지름해변으로 직행을 하였다. 그때가 7월 말 절정의 한여름이라 해송 가운데 바닷가에 바로 사이트를 구축하였다. 해송 그늘 아래도 고운 모래 바닷가라서 잠을 잘 때에도 푹신푹신, 덕분에 얇은 매트로도 훌륭한 잠자리가 가능하였다. 

정상에서 사방의 바다조망이~~

3. 비조봉- 운주봉- 국수봉 트레킹
밧지름해변 버스 정류장 건너편에 바로 비조봉 쪽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있다. 비조봉이 해발 292.6m이고 최고봉인 국수봉이 314.3m 이므로 첫 번째 봉우리인 비조봉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제법 가파른 편이다. 산세가 높다 보니 비조봉에 올라서야 비로소 사방으로 탁 트인 바다 조망을 볼 수 있고 주변의 소야도, 조금 더 멀리 굴업도, 백아도 등의 서해 바다 조망을 맘껏 즐길 수 있다. 비조봉에서 이어지는 울창한 적송림을 지나 능선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면 운주봉에 다다르고 다시 운주봉은 덕적도 주봉인 국수봉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한여름 폭염의 오후인데 일행 모두의 생수가 바닥이 났다. 각자 500리터 두 병씩을 챙겨서 출발하였지만, 무더운 한낮의 땡볕에 모두가 물이 떨어지고 채 얼마 남지 않은 국수봉 정상까지는 포기를 하여야만 했다.

여름 휴가지로도 강추!

4. 바닷가 캠핑
밧지름해변에는 기다랗고 고운 하얀 모래 해변이 펼쳐있다. 그 바로 옆 낮은 모래 언덕 너머에 100년 가까이된 해송 방풍림 숲이 있고 거기에서 캠핑이 가능하게 조성되어 있다. 캠핑도 무료이고 넓고 깨끗한 사워장과 화장실 그리고 군데군데 깨끗한 개수대까지 모두가 공짜이다. 해변은 물도 깨끗하고 깊이도 낮고 완만해서 수영을 전혀 못하는 나도 트레킹을 마치고 샤워장에서 몸을 행군 후에 바로 바다로 풍덩, 해 질 무렵까지 진짜 오랜만에 물놀이를 하였다. 가끔 지역의 어르신들께서 개수대 정리와 화장실 청소를 하시면서 불조심을 거듭 당부하신다. 100년 동안 잘 보전되고 있는 소나무 숲이 자칫 망가지지 않도록 신경들을 쓰고 계심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이 깨끗하고 고운 모래 해변에서 푸르른 천연의 바다 조망을 완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방문객들은 그저 깨끗하고 조심스러운 이용만을 지불하면 되는 것이다.  
 

이전의 글들에서 굴업도와 선자령 백패킹 그리고 장봉도 섬 트레킹 등을 소개하였었는데, 덕적도는 무료 해변 캠핑과 섬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당일치기는 너무 빡빡하고 여름 무렵의 1박 2일이 백패킹이나 2박 3일 캠핑으로 일정을 잡으면 국내 어느 휴가지 못지않은 볼거리, 놀거리들이 있다. 더구나 캠핑과 해수욕이 모두 무료이니 조용히 머물면서 깨끗하게 사용을 한다면 매년 여름 숨겨둔 나만의 바닷가 휴양지로도 손색이 전혀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