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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변산 노을 여행

학창 시절 자율학습 시간에 맞이한 첫 노을이 줄곧 애잔한 기억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앙코르와트 프롬바켕에서의 노을도 어쩌다 생각나곤 하였지만, 일산 자유로를 달리다가 선뜻 다가온 노을빛이 너무 멋져서 차를 멈추고 노을멍에 취해 있던 때가 그나마 인생 노을이랄까?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던 장봉도 윤옥골 노을은 작년에 너무나 싱거워서 허망하기까지 하였다.

 

아무튼 아내와 국내 여행 계획을 짜다가 불현듯 노을여행으로 테마를 잡았다.

노을은 서해안이지! 그럼 노을 깔린 바다뷰가 있는 호텔로 가자!    

언제 또 다시 이런 노을을 다시 볼 행운이 있을까?

서해안 중에서 고민 고민하다가 갑자기 몇 년 전 TV에서 보고 keeping 하였던 곰소항 삼대젓갈이 떠올랐다. 거기서 출발이다. 다행히 근처에 채석강, 내소사, 적벽강.....  여행 머리를 잡으니 나머지는 쉬웠다.

 

 

1. 새만금 방조제

매스컴에서 자주 들었었는데 실제를 대하고 나서 그 규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환경 보전이라는 큰 과제가 남아 있기에 신중론이 필요하지만 공사 규모를 보니 왜 오랫동안 회자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방조제를 스치면서 먼저 호텔 체크인을 서두르기 위해서 군산 앞바다를 포기한 것이 옥에 티였다.

 

2. 소노벨 변산

변산 인근에서 가장 큰 리조트이고 전체 7층 건물 중에 5층과 6층이 호텔, 아래층은 콘도로 이용이 가능했다. 우리는 맛집  탐방 계획이 줄줄이 있고, 저녁노을 감상이 main event 이므로 호텔 제일 고층의 노을 뷰가 가장 좋은 가운데 바다뷰 객실로 예약을 하고 체크인할 때에도 거듭 강조해서 목표 달성! 굳이 둘이서 욕실 두 개에 bed room 두 개의 객실을 up charge를 주고 들어갔지만, 후회 없이 그냥 노을이 다했다

 

3. 삼대 젓갈과 슬지 제빵소 

노을뷰를 위해 일단 체크인 성공하자마자 맛집 리스트 1위의 삼대젓갈로 격하게 이동하였다. 착한 가격은 아니지만 평생 다시 못할 다양한 젓갈을 한상에 차려서 버킷리스트 한 가지를 클리어했다. 계획대로 내소사로 이동하기 전에 다음날 아침 가기로 하였던 슬지제빵소로 순서를 바꿨다. 삼대젓갈과 내소사 중간 거리에 있기도 했고, 짠 음식의 향연 뒤에 커피도 당기고 단것도 땡기고... 찐빵은 독보적이었다.

 

4. 내소사 전나무 숲길

찐빵까지 바로 이어서 흡입을 하였더니 더부룩하기도 하였고, 우리 부부는 걷는 것도 즐기는 편이라 일정상 전나무 숲길 산책을 위해 내소사로 방향을 잡았는데, 역시 Itinerary 짜는 것은 갈수록 경지가 느는 것 같다. 한적한 여유도 좋고, 커피 한 잔 들고 유유자적하니 신선놀음 같기도 하고. 내소사 전경은 종교와 무관하게 너무나 평온하고 포근한 자리 안에 자리 잡고 있음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전나무 숲길이 제법 운치가 있다

5. 저녁노을, 노을 노을

오후 일정이 채석강을 갔다가 다시 곰소로 와서 한우에 소주 한잔이었지만, 그러다가는 노을을 놓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급하게 일 정 조 정. 한우를 포기하고 노을을 지키자! 결론은 다음날 격포항 회 먹기 일정을  앞당기기로... 혹시나 격포항을 가보니 노을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사장님 포장이요! 생새우와 도미까지 포장을 하고 호텔에서 와인까지 세팅을 하고 나니 저녁노을이 신호를 보낸다. 

 

6. 적벽강, 채석강

다음날 오전 로비에서 채석강 물때를 확인하고 먼저 적벽강을 후딱 둘러보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서 파킹을 하고 10분도 안 되는 거리의  채석강까지 어슬렁어슬렁 다다랐다. 물 들어오기 전에 랜드마크인 동굴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그런데 어디로 가지? 채석강 안쪽까지 들어갔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뭇머뭇 거린다. 모두들 무심한 듯하면서도 동굴을 찾고 있는 눈치인데, 초행이라 정확히 아는 이도 없는 듯했다. 총대를 메자. 아니면 말고, 일단 바다 바위와 돌들로 가득한 바닷가 끝까지 쭈욱 해안을 따라 걸으니 멀찌감치 몇몇이 해안가 안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가까이 도착하니 길지 않은 줄이  서 있다. 여기구나! 모두가 초면인 듯한데 안 쪽에서 찍어 주고 나오면서 사진을 찍고 자연스레 돌아가며 local rule이 가동 중이었다.

채석강 앞 바다

7. 서해안은 조개구이

대만족, 채석강을 둘러보고 호텔로 발 길을 돌리는데, 조개구이다!  모래사장 바로 옆에 조개구이 집이 저녁에는 제법 운치가 있을 것 같았다. 오후 장사 차비에 분주한 식당 사장님을 찾아 저녁에 창가에 앉으려면 몇 시에 예약인지 확인을 하고 눈도장을 찍었다. 저녁 예약은 안 받으니 선착순이라나.... 점심은 계획대로 유명한 바지락죽으로 하였는데 소문난 집은 다 이유가 있었다. 다시 리조트 안에서 여기저기 구경도 하고 저녁 시간이 되는 것 같아 조개구이집으로 직행! 1층 야외 테라스 자리가 한 자리 남아서 간신히 자리 잡았다. 아크릴판으로 바람을 막고 있지만 해안가 노을을 그대로 만끽하면서~~

아크릴판 너머의 노을도 장관이었다

8. 선운사 장어구이

다음날 아침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곰소젓갈로 가서 선물용 젓갈을 사자마자 바로 선운사 장어집으로 출발! 선운사 입구까지 왕복 30분 남짓 산책을 하니 적당하게 시장하기도 해서, 변산 여행 2번째 맛집 순위 할매집으로 차를 돌렸다. 장어에 복분자가 찰떡이니 아내가 대표로 한 잔, 나는 따로 한 병을 사서 집에서 다시 한 잔 하자고 한다. 장거리 운전이니 이의가 없고... 서울 근교에서 내로라하는 집에서도 못 따라오는 뭔가가 있었다. 식감도 그렇고 군 대파와 절묘한 조합이었다. 

장어 2인분 포장이요~~   

 

9. 내장사 단풍 터널

아직 본격적인 단풍철이 2주 정도 남았지만, 단풍놀이 찾아다닐 나이도 아직인 것 같고 그나마 근처에 왔으니 단풍 터널이 어떤지는 보고 가야 나중에 궁금증은 없을 것 같아 일단 찍고 가기로. 더구나 1시간 남짓 터널길 걷기가 은근 매력 있게 보였다. 단풍이 제때일 때 오면 정말 대단할 것 같다. 조금 더 나이가 들고 평일 여행이 자유로울 때에는 꼭 다시 와봐야 할 것 같다.    

2주 뒤가 단풍 절정이라는데

서해안 2박 3일 노을 여행은 완전 만족! 모처럼 볼거리 먹거리 추억 쌓기 두루두루 풍성한 서 해 안 변 산 노 을 여 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