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성남시에서 관광홍보 차원에서 청광종주를 광고하는 포스터를 보고 무작성 실천에 옮기게 되었다. 같이 하기로 한 친구가 사정이 생겨 내친김에 혼자라도. 검색 후기를 보니 양재물류센터 부근에서 출발, 경기대 수원 캠퍼스 옆으로 하산하는 24km 정도, 8시간 전, 후 완주 코스라고...
까이꺼 근교 산행 24km 정도야 도전~~!
- 양재 ~ 굴바위산 ~ 옥녀봉 : 코스트코 양재 정류장에서 내렸는데 막막하다. 진입로를 전혀 알 수가 없다. 이정표도 없고. 뭐 일단 청계산 방향을 보고 길 건너 농협 공판장 뒤쪽의 야산으로 무작정 오르기 시작. 정상으로 가다 보면 청계산이 나오겠지. 아무튼 이러면서 30분가량 헤맨 것이 초장에 기운도 빠지고 줄곧 초조하게 만들었다. 어찌어찌 한적한 등산로를 오르다 보니 옥녀봉! 청계산 코스 중에 몇 번 와봤으니 이제 걱정 끝이다.
- 옥녀봉 ~ 매봉 : 남들은 청광종주를 청계산 코스로 진입해서 옥려봉이나 매봉에서 시작한다고 하는데, 누군가 양재에서 시작했다는 리뷰가 있어서 이왕이면 풀코스로 작심한 것이 생고생을 자초한 것 같다. 항상 코스 사전 복기는 필수.
- 매봉 ~ 망경대 ~ 석기봉 ~ 이수봉 : 청계산에 옥녀봉, 매봉, 이수봉만 있는 줄 알았었는데, 야산으로 치기에는 나름 산세가 있는 산으로 인정하자. 이수봉까지야 뭐 아직 기운도 팔팔하고 일단 시작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에 의기양양
- 이수봉 ~ 국사봉 : 나중에 사진을 보고 알았지만 국사봉을 언제 지났는지도 가물거린다. 어쨌든 날씨도 화창하고 기분도 상쾌하고
- 국사봉 ~ 영심봉 ~ 발화산 : 국사봉에서 하오고개 쪽으로 내려가 안양 판교로를 가로지르는 유일한 육교를 건너야만 발화산 쪽으로 오를 수 있다. 내가 이정표를 놓친 것이겠지만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하산을 하니 고속도로처럼 차단이 된 큰길을 건널 통로 자체도 없었다. 다시 국사봉 쪽으로 올라가는 수밖에. 마냥 허탈해지기도 하고 나 자신에게도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그나마 내가 방향 감각이 있어 이번에는 육교 쪽으로 방향을 확실히 잡고 내려갔다.
- 발화산 ~ 바라산 : 하오고개에서 멍청하게 불필요한 하산과 등산을 반복하고 다시 발화산까지 올랐으니 허기가 밀려온다. 준비한 컵라면, 삶은 달걀, 떡과 과일로 원기 회복, 덕분에 배낭도 가벼워졌다. 아자 아자!
- 바라산 ~ 백운산 : 백운산은 이미 광교산 코스 중에 몇 번 찍고 간 경험이 있어서 안심은 된다. 하지만 남은 구간도 7 ~ 8km 정도 될 것 같은데 체력이 받쳐 줄는지~ ~ 남은 구간 중 비로봉에서 형제봉 코스의 계단이 벌써부터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 백운산 ~ 시루봉(광교산) : 이 코스야 능선 따라가는 구간이니 서비스 코스, 체력을 비축하자.
- 시루봉 ~ 비로봉 ~ 형제봉 : 광교산의 주봉이 시루봉이라 비로봉까지는 내리막 코스이지만 비로봉 바로 아래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야 해서 약간 얄미운 코스이긴 하다. 그래도 비로봉부터 하산을 하다가 다시 형제봉까지 오르는 코스에서 만나는 계단 구간이 길지 않지만 피할 수 없는 마지막 난코스이다. 그렇다고 뭐 이제 돌아갈 수도 없고 그나마 앞으로 가는 길이 가장 빠른 하산 길이니 마지막 힘을 내자!
- 형제봉 ~ 광교 저수지(경기대학교) : 형제봉은 일 년에 30 ~ 40번 즐겨 찾는 코스이니 눈 감아도 갈 수 있다. 그런데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핸드폰 배터리도 이미 방전 직전이다. 부랴부랴 아내에게 전화를 해서 광교 주차장에서 픽업 부탁을 했다. 그사이 배터리는 아웃될 것이니 주차장에서 보는 것으로~~
예전에도 크게 혼쭐이 난 적이 있지만, 중, 장거리 산행은 예상 코스와 랩 타임을 미리 잘 숙지하는 연습이 필요하고 무엇보다도 단독 산행은 피하고 동반자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주 기본 상식이다.
번써 어두워진 광교 저수지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멀찌감치 아내의 윤곽이 보인다. 24.3km 10시간 50분. 출발할 때부터 시간 단축에는 욕심은 없었다. 다만 완주만 잘 마치자는 생각이었는데 들머리에서 헤매고 무엇보다 하오고개에서의 방황(?)으로 체력적인 부담도 컸던 것 같다. 중간에 멘털도 살짝 흔들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 광 종 주 풀코스 완주! 내 인생 또 하나의 뿌듯한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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