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필리핀 번개 여행 편이다. DKNY 수석 부사장이 갑자기 필리핀 출장 일정을 알려와서 부랴부랴 필리핀 미팅 일정을 잡게 되었다. 그런데 애매한 것이, 월요일 오전 11시 미팅 확정. 오후 미팅이라면 당일 아침 비행기로 가서 미팅 마치고 당일 저녁 귀국하거나 1박만 하고 돌아오면 될 텐데, Buyer 스케줄이 오전 11시부터 2시간만 할애가 가능하단다. 당연히 내 뜻대로 할 수는 없고 그러면 일요일 오후 비행기 타고 가서 잠만 자고 다음날 미팅을 할까 생각하다가, 차라리 토요일 아침 비행기 타고 가서 일요일까지 1.5일 꽉 찬 번개 여행을 하고 월요일 미팅이 끝나면 저녁 비행기로 귀국하는 일정으로 잡았다. 물론 이틀간 혼자 놀기는 심심하니 아내와 동행하는 것으로...
그전에 몇 번 마닐라 출장을 가서 자투리 시간에 마닐라 시티 투어나 맛집 방문 정도는 있었지만, 한가하게 여행을 갈 시간이 없었고 그 무렵에는 여기저기 출장도 너무 많아서, 놀러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혼자 좋은 구경 다하는 것은 같은 생각에 아내에게도 미안한 마음도 있었던 터였다. 지사 책임자에게 물어보니, 호텔은 마닐라 시내에 잡고 토요일 오후 한 군데, 일요일 추가 한 군데 핫 플레이스 여행 일정을 추천한다.
1. 첫째 날
- 마닐라 도착 : 워낙 인천 공항 새벽 비행기 탑승에는 이력이 났으니 부족한 새벽잠은 비행기 안에서 보충하기로 하고, 아침 07:45분 인천 공항에서 출발하니 오전 11:00 마닐라 도착, immigration을 지나 짐을 찾아 통관을 하니 대충 한 시간 조금 넘게 지난 것 같다. 늘 하던 대로 터미널 M구역 쪽으로 나가니 처음 보는 현지인 운전기사가 내 이름의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 Tagaytay : 시간 아끼기 위해서 공항에서 바로 따가이따이로 직행~~. 공항에서 대충 60km 정도 2시간 남짓 거리이니 따가이따이에서 점심을 먹기로 하였다. 동남아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유독 필리핀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은, 필리핀이 1565년부터 1898년까지 300년 이상 스페인 식민지 시대를 겪으면서 언어와 문화, 예술, 음악, 요리 등에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던 배경이다. 거리 모습이나 주택 생김새들 심지어 간판이나 언어까지도 중남미 지역의 단상들과 거의 비슷한 느낌이라서 중미 지역에서 4년 가까이 살았었던 우리 부부에게는 왠지 고향 같은 느낌의 너무나 친근한 광경들이 도처에 넘쳐났다. 더구나 다소 낯선 삼륜오토바이 택시, 미군들이 사용하던 군용 지프를 개조해서 택시나 마을버스처럼 사용하는 지푸니가 온 동네 가는 곳마다 모든 도로를 가득 채우고 있어서 그야말로 이국의 맛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었다. 따가이따이에 도착하자마자 늦은 점심이지만 일단 식사 먼저 하기로... 현지의 3대 식당 중에 하나인 Josephine Restaurant으로 일단 go go. 따가이따이 명소인 Taal 호수를 내려다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50년 이상된 식당이었다. 새우와 해산물 모둠 요리 등으로 푸짐하게 식사를 하였지만, 날이 흐려서 Taal 화산을 직접 보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늦은 점심으로 노곤하기도 하고 날씨도 꾸물 거려서 따알 호수로 들어가서 말도 타고 하이킹도 할 수 있는 일정은 생략을 하고 호텔로 향했다.
- Edsa Shangri-La, Manila Hotel : 따가이따이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려 호텔에 도착하여 체크인을 마쳤다. 바로 옆에 필리핀이 자랑하는 대형 쇼핑몰들이 도보 거리에 몰려 있고, 호텔 안 정원의 산책 코스가 유명한 5성급 샹그릴라 호텔로 예약을 하였다. 사실 수영장에 들어갈 일은 없지만 일단 호텔 수영장 옆으로 아름드리나무와 멋진 조경으로 고급 호텔의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혼자 가는 출장은 아침 일찍 나가서 일만 하다가 늦은 저녁에 돌아와서 잠만 자는 용도이니 굳이 좋은 호텔은 필요 없고, 단단한 쿠션의 침대와 욕실에 물만 잘 나오고, 잘 빠지면 OK였지만, 이번에는 아내도 함께 하는 여행이라 큰맘 먹고 호사를 누렸다. 로비에서 도보 거리의 식당 추천을 물어보니 쇼핑몰 안에 있는 핫 플레이스를 소개받았다. 갈릭 크런치 크랩은 세상에 처음 대하는 놀라운 맛이었다. 몇 년 뒤에 싱가포르의 제법 유명한 크랩하우스에서 소문난 크랩 요리를 몇 가지 먹어 본 기억이 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제껏 크랩 요리는 필리핀에서의 경험이 최고인 것 같다.
2. 둘째 날
- Pagsanjan : 우뚝 솟은 밀림 협곡 사이로 흘러내리는 강물을 작은 카누를 타고 거슬러 올라가는 특이한 관광으로 유명한 팍상한 투어를 위하여 아침 일찍 호텔을 나섰다. 이 투어의 백미는 강물 하류에서 작은 카누 한 대에 승객 두 명과 한 명의 보트맨이 탑승해서(요즘에는 두 명의 보트맨이 운행을 한다) 하나의 동력선에 여러 대의 작은 카누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상류 지역까지 이동을 한다. 물살도 빨라지고 폭도 좁아지는 계곡부터는 작은 카누에 가이드 겸 보트맨 한 명이 승객 두 명을 태우고 상류까지 계속 올라가는 일정인데, 계곡 초입에서는 물길도 완만해서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좁은 협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물길도 거세고 다양한 크기의 돌과 바위들이 물길을 가로막고 바닥이 끌리고 하여서 보트맨이 배를 들어 올려 밀어붙이거나 앞에서 끌고 당기기를 수 없이 반복하여야만 상류 끝에 있는 폭포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 제법 험난한 여정인 것이다. 120m 높이의 3단 폭포로 이루어진 팍상한 폭포까지 이르는 계곡 양 옆으로는 좁고 가파른 절벽과 빽빽한 열대 우림의 절경이 천혜의 자연을 맘껏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하지만 가파른 급류와 좁은 협곡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벤트이다 보니 아무리 유료 관광이라지만 노 젓는 보트맨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보다 일종의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이 몇 배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이곳의 우거진 협곡이 너무나 장관이라서,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 "지옥의 묵시록" 후반부에서 협곡 사이로 헬기 편대가 전투하는 장면은 사실 베트남이 아니라 이곳 팍상한에서 촬영하였다고 한다.
3. 마지막 날
월요일 아침 Buyer 미팅을 위해서 나는 미팅 장소로 이동을 하고, 아내는 호텔에서 하루 종일 제공되는 식사와 후식 등을 맛보면서 전용 사우나도 하고 4시간 풀코스 마사지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미리 예약해 주었다.
다행히 미팅도 잘 진행이 되었고 덕분에 DKNY NY 본사 초대도 받게 되어 나중에 실제 DKNY 본사 방문도 할 수 있었다.
필리핀은 항공 시간도 4시간이 채 안 되는 비교적 짧은 코스에, 직항 항공편도 하루에 여러 편이 있어서 여행 일정 잡기도 수월한 편이며 물가도 비교적 저렴해서, 금요일 오후 비행기로 출발해서 토요일과 일요일을 알차게 즐기고 저녁 비행기를 타면 월요일 아침 출근도 가능한 그야말로 번개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나라 중에 하나이고 따가이따이와 팍상한은 현지 한인 여행사 패키지도 다양해서 저렴한 비용으로 짧고 굵게 실속 있는 여행도 가능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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