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주재원 시절 수많은 여행지 중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였던 명소가 안티구아인 것 같다. 과테말라 시티 남쪽 지역에 위치하였던 우리 집에서 안티구아까지는 대략 25km 정도 거리로 자동차로는 한 시간 남짓 걸렸다. 중남미 지역 중에서 스페인어 Language School이 가장 많은 도시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항상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1순위 관광지이면서 과테말라 대성당, 산타 카탈리나 아치, 센트럴파크 등 수많은 명승지를 품고서 UNESCO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안티구아는 16세기 초에 설립된 과테말라의 구 수도였으나 1773년 대지진으로 안티구아 시 전체가 붕괴되고 나서 지금의 Guatemala City가 아직까지 수도로 이어지고 있다. 대지진 후 200년 이상이 지났지만 안티구아에는 아직까지도 식민지 시대의 유럽식 건축물들과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간직되고 있다. 수백 년이 지난 18세기 대지진의 잔해들을 보면 그 당시 건물 벽의 두께가 거의 1m 정도의 두께이었음에도 무너져 내린 흔적에서 그 당시 지진의 위력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새삼 실감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안티구아를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름다운 정원과 고풍스러운 레스토랑을 가지고 있는 "Casa de Domingo"라는 호텔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호텔은 16세기부터 스페인 정복자였던 Domingo Juarro's의 저택으로 지어져서 내려오다가, 1930년대부터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사용되었다 그 이후 자금 부족으로 박물관이 문을 닫고 나서 방치되고 있다가 1990년대에 다시 호텔로 복원되어 사용되고 있다. 호텔의 넓은 정원을 거닐다 보면 커다란 분수와 잘 보전된 초기 식민지 시대의 건축 양식들 때문에 자칫 16세기의 거리를 거니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더구나 1999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이 안티구아를 방문하고 그 호텔에서 머물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 무렵 아내의 생일도 있어서 "카사 데 도밍고" 호텔 레스토랑에 예약을 하고 랩스터 요리를 주문하였는데, 대형 접시보다 훨씬 더 큰 랩스터 요리가 웨이터 손에 들려 나오면서 주변의 다른 모든 손님들의 시선을 받으며 감탄사가 연발하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호텔 바로 옆에는 "Jade"라는 "옥 박물관"에서 전시 목적 외에도 "옥" 공예품과 보석류 및 장식품 등을 직접 판매하고 있었고, 이리저리 구경도 하고 선물용 공예품도 구입하고 그랬었다. 또 안티구아에는 "Santa Catalina Arch"가 랜드마크로 꼽히는데, 해질 무렵에는 아주 진 노란색의 "산타 카탈리나 아치"가 주변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황금빛을 띠면서 식민지 시절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속삭이는 듯한다. 또한 아름다운 종탑과 아주 큰 중앙 돔을 유지하고 있는 "La Merced Church"는 바로크 건물 양식을 아직까지도 잘 보전하고 있다. 그 밖에도 안티구아 시장에서는 유명한 과테말라 커피와 매운 고기 스튜의 일종인 Pepian 같은 전통 음식을 즐길 수 있다. 바로 근처에 활화산이 있어서 화산 트랙킹을 즐기는 관광객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Nicaragua 출장 중에 수도 인근의 활화산 관광 중에 유황 가스에 혼줄이 났었던 트라우마가 있어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다.
안티구아 대부분의 도로가 아직도 크고 작은 자갈로 만들어져 있어서 차량으로 이동시에는 덜컹덜컹 승차감이 많이 불편하여서 자연스레 서행을 할 수밖에 없었데,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안티구아 시내의 구석구석이 눈에 익으면서 제법 친근해져서 마음 한켠에는 항상 아늑한 고향같이 느껴지고는 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안티구아는 항상 햇볕이 따사롭고 평온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과테말라 주재원 임기를 마치고 본사로 귀임한 뒤에도 미국 출장길이면 인접 국가들인 중미 지역의 니카라과, 온두라스를 거쳐서 마지막 일정으로 과테말라에 들르곤 하였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미 지역 출장 기회가 없다 보니 과테말라 그중에서 특히나 안티구아, 리오둘쎄, 산호세, 아띠틀랑 호수, 산 호세 삐눌라 등 등 수많은 추억의 장소들이 더욱 아련하게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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